K-팝이 커질수록 안무·스타일·비주얼은 더 중요해졌지만, 그 가치는 늘 기획사 안에 남았다
K-팝이 글로벌로 커진 이유를 설명할 때 사람들은 보통 음악, 팬덤, 플랫폼을 말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오래전부터 퍼포먼스와 시각적 완성도가 핵심이었다. Korea JoongAng Daily는 K-팝을 보컬이나 작곡만이 아니라 의상, 무대 디자인, 그리고 무엇보다 안무가 중요한 장르라고 설명했고, 2025년 K-팝 앨범 수출은 3억170만 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 산업이 커지는 동안에도 안무가와 퍼포먼스 디렉터는 대개 한 번 쓰고 끝나는 외주 인력으로 취급됐다는 점이다.
그래서 새롭게 떠오르는 제작자형 창업가는 ‘크리에이티브 노동자’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가 류재준의 경로에서 가장 선명하게 보인다. 그는 2013년 오스피셔스를 만들었고, 2018년 이를 법인화한 Be:Lead Entertainment로 키웠다. 2023년 인터뷰에서 그는 회사에 약 30명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고, 같은 인터뷰는 오스피셔스가 패션 브랜드 디오스피스까지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디오스피스 글로벌 사이트 하단에는 운영사 HI DIRECTORS Co., Ltd.와 CEO. Jaejun Ryu가 명시돼 있다. 즉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다재다능함이 아니라, 안무 집단이 패션과 법인 구조로 확장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건 류재준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K-팝 내부자들이 회사를 새로 짜기 시작한 흐름이다
2026년 들어 이 장면은 더 넓어졌다. Korea JoongAng Daily는 올해 K-팝 업계에서 내부자들이 새 회사를 열며 산업을 다시 정의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WM엔터테인먼트 창업자 이원민은 MW Entertainment를 세웠고, 가수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알려진 이해인은 Jay Kim과 함께 AMA를 설립했다. 또 한경JOB&JOY는 Modhaus를 단순 기획사가 아니라 K-팝 엔터사이자 플랫폼 개척자로 소개했다. 즉 지금의 변화는 기획사 밖 창작자가 더 많아졌다는 정도가 아니라, 창작자들이 직접 기획사와 플랫폼을 만드는 흐름에 가깝다.
이들이 실제로 만드는 것은 회사가 아니라 ‘감도의 공급망’이다
이 새로운 창업가들을 묶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이들은 음악 한 곡이나 안무 한 편을 잘 만드는 사람으로 남지 않는다. 먼저 크루를 만들고, 그 다음 패션과 스타일을 붙이고, 이후 트레이닝과 연습생 풀을 구축하고, 마지막에 아이돌 그룹이나 플랫폼 IP로 올라간다. 류재준의 오스피셔스–디오스피스–하이헷/ifeye 경로가 대표적이고, Modhaus는 아티스트 운영과 팬 참여 플랫폼을 한 몸처럼 묶고 있다. 이건 결국 K-팝에서 가장 비싼 것이 곡 자체가 아니라 감도가 기획-훈련-스타일-데뷔-팬덤으로 이어지는 경로 전체가 됐다는 뜻이다. 이는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한 해석이다.
이익 풀도 외주 수수료에서 IP와 운영권으로 이동한다
류재준은 2023년 인터뷰에서 안무가가 한 번 지급받고 끝나는 구조, 그리고 히트가 나도 그 성과가 안무가에게 거의 남지 않는 구조를 문제로 지적했다. 바로 그 불균형이 제작자형 창업가를 만든다. 외주 안무비는 한 번 받고 끝나지만, 패션 브랜드를 가지면 머천다이징이 남고, 연습생 시스템을 가지면 데뷔 IP가 남고, 플랫폼이나 커뮤니티를 가지면 팬 접점이 남는다. Modhaus가 아티스트와 앱을 함께 키우고, AMA가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에서 법인 설립으로 이동하는 이유도 같은 논리다. K-팝 감도 산업의 이익 풀은 이제 무대 뒤 수수료가 아니라, 감도를 길게 축적할 수 있는 운영권에서 커지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K-팝에서 더 강한 사람은 좋은 안무가가 아니라 ‘감도를 회사로 바꾸는 사람’이 된다
기존 K-팝 시스템에서는 큰 기획사가 자본과 연습생, 유통을 쥐고 있었고, 크리에이티브는 그 안에서 외주처럼 들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반대 방향의 흐름도 생겼다. 감도를 만든 사람이 그 감도를 가지고 회사를 세우고, 연습생과 패션과 브랜드를 붙이고, 결국 데뷔 IP까지 가져간다. 이 구조에서는 좋은 안무가와 좋은 디렉터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감도를 법인, 팀, 상품, IP로 번역할 수 있느냐다. 제작자형 창업가는 바로 그 번역 능력 위에서 등장한다. 이는 위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 구조적 해석이다.
DIM의 해석
K-팝의 새로운 제작자형 창업가는 “창작자가 사업도 한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더 본질적으로는, 감도의 생산자들이 더 이상 기획사의 뒤편에 머물지 않고 감도의 공급망 자체를 소유하려 하기 시작했다는 변화다. 오스피셔스에서 디오스피스로, 디오스피스에서 하이헷과 ifeye로 올라가는 경로는 한 사람의 성공담이 아니라 K-팝 산업 구조의 힌트다. 이제 K-팝의 다음 제작자는 안무를 더 잘 짜는 사람보다, 안무와 스타일과 훈련과 데뷔를 하나의 기업 구조로 묶을 수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K-팝의 미래는 곡을 만드는 사람만이 아니라, 감도를 창업하는 사람이 더 크게 바꾸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