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창업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창업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말은 감상이 아니라 숫자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창업기업 수는 113만5561개였고, 기술기반 창업은 22만1063개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전체 창업에서 기술기반 창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19.5%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이 수치는 “사업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뜻을 넘는다. 이제 창업은 특별한 사람만의 일이 아니라, 도구와 플랫폼을 이용해 빠르게 실험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일이 되고 있다.
AI는 전문가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작은 팀의 기본 유닛을 바꿨다
이 변화의 핵심 동력은 생성형 AI다. OECD는 2024년 조사 기준 7개국 5000개 이상 중소기업을 분석한 결과, 생성형 AI가 이미 31%의 SMEs에서 쓰이고 있다고 밝혔다. 생성형 AI를 쓰는 SMEs의 65%는 직원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답했고, 39%는 기술 격차를 메우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3분의 1은 직원이나 창업자 자신의 업무 부담이 줄었다고 답했고, 14%는 외부 계약자 의존이 줄었다고 답했다. 이건 아주 중요한 신호다. 예전엔 사람을 더 뽑거나 외주를 더 줘야 했던 일이 이제는 한 사람이 더 넓은 기능 범위를 감당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로 파운더가 늘어나는 것은 취향이 아니라 구조다
Carta의 2025 Solo Founders Report는 이 변화를 더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2019년 23.7%였던 신규 스타트업의 솔로 파운더 비중은 2025년 상반기 36.3%까지 올랐다. Carta는 그 배경 중 하나로 AI가 개인이 일정 시간 안에 해낼 수 있는 일을 크게 넓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이 보고서는 동시에 솔로 파운더 회사가 전체 스타트업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자금 조달 비중은 낮다고 짚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중요하다. 지금 시장은 “혼자 회사를 시작하는 것”을 점점 더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했지만, 혼자 크게 키우는 것은 여전히 다른 문제로 남아 있다. 창업의 진입장벽은 내려갔지만, 스케일의 장벽은 아직 남아 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은 전문가의 시대가 아니라 ‘단일 기능 분업’의 환상이다
이 지점에서 많은 사람이 착각한다. AI가 퍼지면 전문가의 시대가 끝나고, 모두가 제너럴리스트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OECD는 동시에 생성형 AI가 숙련 수요를 없애지 않고 오히려 높인다고 봤다. 생성형 AI가 고숙련 인력의 필요를 늘린다고 답한 SMEs는 20%였고, 줄인다고 답한 비중은 9%였다. McKinsey도 2025년 글로벌 조사에서 AI가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지만, 의미 있는 성과는 단순 도입이 아니라 워크플로 재설계를 한 조직에서 더 크게 나온다고 짚었다. 즉 AI 시대에 끝나는 것은 전문성 그 자체가 아니다. 끝나는 것은 “나는 이것만 잘하면 되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이 해줄 것”이라는 오래된 분업의 심리다. 이제 시장이 원하는 것은 한 분야만 파는 사람보다, 한 분야를 기준점으로 삼아 앞뒤 기능까지 연결해 결과를 만드는 사람이다.
앞으로 강한 사람은 만능인이 아니라 ‘운영 가능한 준전문가’다
그래서 이 시대의 핵심 인재상은 흔히 말하는 올라운더와도 조금 다르다. 모든 것을 평균적으로 아는 사람이 아니라, 적어도 하나의 기준과 안목을 갖고 있으면서 AI를 이용해 여러 기능을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연결하는 사람이 더 강하다. 디자인 감각이 있는 창업자가 AI로 카피와 랜딩페이지를 만들고, 마케팅 감각이 있는 사람이 AI로 데이터 정리와 영상 제작까지 감당하고, 개발 감각이 있는 사람이 AI로 세일즈 자료와 문서화까지 처리하는 식이다. 이들은 각 분야 최고 전문가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은 이들에게서 다른 가치를 본다. 바로 속도와 조합력이다. AI는 1등 전문가를 대중화하지는 못해도, 준전문가의 실행 범위를 폭발적으로 넓힌다.
진짜 분기점은 AI 사용 여부가 아니라 결과를 묶는 능력이다
이 말은 곧 AI를 쓰는 사람 모두가 유리하다는 뜻은 아니다. McKinsey는 88%의 조직이 적어도 한 기능에서 AI를 정기적으로 쓰고 있다고 답했지만, 기업 차원에서 실제로 AI를 스케일한 곳은 대략 3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또 가장 큰 가치를 내는 조직은 AI를 단순 효율화가 아니라 성장과 혁신, 그리고 워크플로 재설계에 연결하고 있었다. 여기서 핵심은 분명하다. AI 시대의 승부는 “툴을 써봤다”가 아니라, 그 툴들을 묶어 실제 비즈니스 결과로 바꾸는 운영 능력에 있다. 그래서 이제 중요한 질문은 “당신은 어느 분야 전문가인가”보다 “당신은 AI를 이용해 어디까지 혼자 혹은 작은 팀으로 완결할 수 있는가”에 더 가까워진다.
DIM의 해석
모두의 창업 시대는 낭만이 아니라 구조다. 창업의 문턱은 실제로 낮아졌고, AI는 그 문턱을 더 낮추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전문가의 시대가 끝났다고 말하면 반만 본 것이다. 끝난 것은 전문가가 아니라, 전문가 하나만 있으면 회사가 굴러가던 방식이다. 이제 시장은 한 분야만 깊은 사람보다, 한 분야를 깊게 이해하면서도 AI를 이용해 기획·제작·운영·판매를 연결할 수 있는 준전문가를 더 강하게 만든다. 앞으로 창업 시장의 주도권은 천재적 만능인에게 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기준 있는 전문성과 AI 기반의 조합력을 동시에 가진 사람, 다시 말해 올라운더형 준전문가가 새로운 기본 유닛이 될 가능성이 높다. 모두의 창업 시대에 끝난 것은 전문성의 가치가 아니라, 전문성의 고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