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스타 성분이 나온 것이 아니라, 출시 속도가 시장을 바꿨다
이 시장을 이해하려면 먼저 제품 수보다 시간차를 봐야 한다. 휴메딕스는 2024년 11월 인체조직 기반 스킨부스터 Elravie Re2O를 출시했고, 회사는 이를 무세포 동종진피(hADM)를 활용한 제품으로 설명했다. 그 뒤로 올해 들어 GC녹십자웰빙의 Giselle Rebonné, 씨지바이오의 상반기 출시 예고, 라메디텍의 인체조직은행 구축 후 판매 계획, HLB생명과학의 국내 독점 유통 준비까지 한꺼번에 붙었다. 시장의 분위기가 “차세대 한 제품”이 아니라 “동시에 몰려오는 여러 제품”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리쥬란을 정면으로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옆문으로 들어오고 있다
리쥬란은 여전히 강하다. DBR은 업계 추정 기준으로 리쥬란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60~70% 수준이라고 전했고, 서울경제도 리쥬란을 지배적 PN 스킨부스터로 규정한다. 중요한 건 왜 이제서야 ECM 제품이 한꺼번에 늘어나는가다. 서울경제에 따르면 리쥬란 같은 PN 제품은 의료기기법 아래에 있어 임상과 식약처 허가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ECM 스킨부스터는 인체조직 안전 및 관리법 아래에 있어 상대적으로 더 빠르고 낮은 비용으로 출시될 수 있다. 즉 ECM 진영은 리쥬란보다 더 뛰어난 브랜드를 천천히 만드는 대신, 더 많은 제품을 더 빨리 시장에 풀 수 있는 구조를 택한 셈이다.
그래서 승부는 효능 설명보다 유통 묶음에서 난다
이제 시장의 본체는 성분 설명보다 영업 구조다. 서울경제와 Asiae 보도에 따르면 휴젤은 한스바이오메드의 CellREDM 국내 유통권을 확보했고, 기존 톡신과 필러 라인과 묶어 패키지 마케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경제는 씨지바이오가 출시할 경우 대웅제약 나보타 판매망을 맡는 DN 계열 채널과 유사한 패키지 전략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즉 ECM 시장의 승부는 병원 원장이 어느 성분을 더 좋아하느냐만으로 나지 않는다. 누가 기존 미용의료 영업망 위에 스킨부스터를 더 자연스럽게 얹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외국인 피부 관광은 이 전쟁을 당분간 더 뜨겁게 만든다
가격 경쟁이 바로 터지지 않을 수 있는 이유도 있다. 서울경제는 한국관광공사 자료를 인용해 외국인 의료관광 지출이 2022년 2879억원에서 지난해 2조800억원으로 약 7.2배 뛰었고, 이 중 피부과 비중이 57.4%에 달했다고 전했다. 리쥬란 성장 역시 인접 국가 방문객의 의료관광 수요 확대와 연결된다는 분석이 공개됐다. 다시 말해 지금 스킨부스터 시장은 내수 클리닉 시장만이 아니라, K-메디컬 뷰티 관광 수요가 함께 밀어주는 시장이기도 하다. 경쟁이 늘어도 시장 전체 파이가 당장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가장 쉬운 성장 서사는 가장 먼저 규제를 부른다
이 시장의 리스크도 이미 드러나고 있다. 서울경제는 정부가 피부과에서 쓰이는 인체조직 기반 스킨부스터에 대해 광고 제한 등을 포함한 관리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CM 제품이 빨리 늘어난 이유 자체가 인체조직법 아래의 상대적 용이함이었다면, 규제 강화는 곧바로 시장의 속도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 즉 지금 ECM 시장이 누리는 장점은 동시에 가장 큰 불안이기도 하다. 빨리 들어올 수 있었기 때문에, 더 빨리 관리 대상이 될 수 있다.
DIM의 해석
리쥬란 이후의 다음 전쟁이 ECM에서 열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건 더 좋은 성분이 갑자기 등장해서가 아니라, 더 빨리 출시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ECM 스킨부스터 신제품 러시는 기술 혁신 서사처럼 보이지만, 본체는 규제 차이와 유통 전쟁이다. 리쥬란은 여전히 강한 브랜드와 의료기기 기반의 진입장벽을 갖고 있다. 반면 ECM 진영은 빠른 출시, 다수 제품, 톡신·필러와의 묶음 영업으로 판을 넓히고 있다. 이 시장의 다음 승자는 “제일 좋은 제품”보다, 제일 먼저 병원 채널을 잠그고 제일 빨리 브랜드를 익숙하게 만드는 쪽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리쥬란 이후의 시장은 효과 경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출시 속도와 유통 구조가 다시 쓰는 시장이다.